그 사람은 시선을 거두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난 스스로 그 사람과 길게 눈을 마주친 것에 스스로 놀랐다.
사실 나는 대인기피증 증상이 있었다.
그다지 심한 중증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먼저 건다던지
군을 마주친다던지, 어색한 사람과 인간적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그('그'라고 칭하겠다.)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스스로의 대한 승리감에 잠시 취했다.
익숙한 자리에 나도 자리를 잡았다.
하필이면 그는 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 사람과 눈이 다시 마주쳤다.
아까는 살펴볼 수 없었던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한숨도 못 잔 몰골이었다.
한 일주일은 못 잔 듯 보였고, 눈의 흰자위는 노랗고, 눈밑에 검은 피부가 늘어져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보기 싫진 않았다.
"잠이 안 오셔서 나오셨나 봐요..?"
깜짝 놀랐다. 내입으로 처음 보는 그에게 말을 먼저 건넨 것이었다.
괜히 긴장해서 얼굴이 붉어지고 뒷목이 굳었다.
그는 대답대진 고개를 끄덕이며, 입고리를 올렸다.
"날씨가 춥네요, 새벽 이 시간에,,,,, 피곤하진 않으세요? "
새벽시간에 카페 안은 적막해서 그의 작은 목소리도 더욱 뚜렷하게 들렸다.
나는 어색한 나머지 과하게 요새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전에 이곳에서
공부하던 시절과 오랜만에 다시 와서 감회가 새롭다는 말과 이런저런 생각이 나는 대로 그에게 말을 다 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소개팅 자리에 나온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두서없는 말들을 고개로 호응해 주고 있었다.
"당당하려고 공부하고 취업했는데, 오히려 그 시절보다 당당하지 못한 것 같네요"
이 말을 끝으로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는 그 이유로 잠이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정말 그랬다. 지난 몇 년간 결국 당당해지기 위해 몸부림 처왔지만, 마치 늪에 빠진 것 마냥 당당해지려 할수록
당당해지지 못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었고, 질투하고, 나의 처지와 비교를 하고 있었다.
좋은 직장을 가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정작 지금은 그 시절 바라던 것들을 이뤘지만,
또 다른 갈급함이 내게 다가왔다.
'소유'
그것은 끝없이 나를 공허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
내 새벽을 공허하게 만든 것은 그것들이었다.
잠들지 못한 이유들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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