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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2

[단편 소설]죽음의 스위치(2) 그 사람은 시선을 거두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난 스스로 그 사람과 길게 눈을 마주친 것에 스스로 놀랐다. 사실 나는 대인기피증 증상이 있었다. 그다지 심한 중증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먼저 건다던지 군을 마주친다던지, 어색한 사람과 인간적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그('그'라고 칭하겠다.)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스스로의 대한 승리감에 잠시 취했다. 익숙한 자리에 나도 자리를 잡았다. 하필이면 그는 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 사람과 눈이 다시 마주쳤다. 아까는 살펴볼 수 없었던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한숨도 못 잔 몰골이었다. 한 일주일은 못 잔 듯 보였고, 눈의 흰자위는 노랗고, 눈밑에 검은 피부가 늘어져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보.. 2023. 2. 9.
[단편 소설]죽음의 스위치(1) 언젠가부터 잠에 드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인가 새벽 무렵에 24시간 카페를 찾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날도 밤새 뒤척이다, 작년인가? 제 작년쯤에 자주 찾던 24시간 무인카페가 생각나 오랜만에 무작정 현관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마스크를 뚫고 차게 들어왔다. 공허한 폐 속으로 차가운 기운이 돌자, 온몸이 말려들었다. 자취방으로부터 400미터 정도 오르막길에 있는 그 카페의 간판은 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창가로부터 떨어진 왼쪽 가장자리. 그 자리가 내가 늘 공부하던 자리였다. 나만의 지정석. 계단 옆에 있는 카페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는 기계음이 유독 크게 들렸다. 평소 낮에는 음악을 틀어 놓았지만, 새벽에는 음악을 꺼두어서 그런지, 평소의 들리지 않던 소음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재작년 그땐.. 2023. 2. 9.